모던 브레인 그리고 마음의 진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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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소영
2025.04.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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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기구석기시대 인간의 상징능력이 만들어낸 독일 홀레슈타인 유적의 사자인간(약 3만 5천 년 전, 매머드 상아)
김소영 (전곡선사박물관 학예연구사)
후기구석기시대의 빙하시대라고 하면 흔히 거대한 빙하와 계속 내리는 눈, 꽁꽁 언 얼음과 매머드, 사냥꾼의 이미지를 떠올린다. 하지만 당시가 늘 그렇게 추운 것만은 아니었다. 약 4만 년 전부터 시작되는 후기구석기시대는 오늘날보다 평균기온이 7~8도 가량 낮았지만, 적어도 아프리카에서 출발한 호모 사피엔스가 유럽으로 이동하기 시작한 약 4만 5천 년 전을 전후한 후기구석기시대 초반에는 비교적 온화한 기후였다. 이후 4만 년 전에 접어들면서 빙간기는 끝나고 빙하기가 시작되면서 약 3천 년 동안 춥고 건조한 상태가 지속되었다. 무성한 초원으로 가득했던 땅은 수년간 얼어붙었고, 식생은 툰드라나 스텝 지대로 바뀌었다. 이때 독일 남서부 스바벤(Swabian) 지역의 오리냐시안 문화층의 유적들, 즉 홀레펠스, 홀레슈타인, 괴네르스도르프 등에서 오래된 예술 조각품과 악기들이 만들어졌다.
이후 기후는 점차 회복되어 온화해지다가 약 2만 6천 년 전, 최후 빙하 극성기인 LGM(Last Glacial Maximum)이 찾아왔다. 매우 춥고 건조했던 이 시기에 빙하는 영역을 더욱 확장했고 극지방은 물론 중앙 유럽도 사람이 살기 힘든 곳으로 바뀌었다. 그래도 인류는 다양한 방법으로 변화된 환경에 적응했다. 이때 따뜻한 옷과 불은 생존의 필수 조건이었다. 특히 불은 단지 온기를 제공하는 것 이상의 의미를 지녔다. 불가는 침입자로부터 집단을 보호하고, 음식을 익히며, 사람들이 둘러앉아 정보를 나누고 이야기를 공유하는 사회적 공간이 되었다. 이런 과정이 수만 년간 반복되면서, 인간의 창의력과 사회성, 언어 능력은 더욱 발전했다. 이 시기에 수많은 장식 예술품과 동굴벽화가 왜 만들어졌느냐는 질문에는 여러 답이 있지만, 분명한 것은 이것들이 인간 상징력의 구현이자 기술과 공예가 결합한 결과물이라는 점이다.
이 모든 변화의 배경에는 뇌의 연결 지도, 즉 ‘커넥톰(connectome)’이 있다. 우리 뇌의 전두엽 피질은 사회적 행동뿐만 아니라 계획, 판단, 의사결정 등 복합적 사고의 핵심 기능을 담당한다. 여기에는 뉴런이라는 특수한 신경세포가 있다. 이 작고 복잡한 세포들은 나뭇가지처럼 서로 연결되어 있으며, 이들이 만나는 지점인 시냅스에서는 정보가 빠르게 오간다. ‘커넥톰’은 이러한 뉴런 간 연결망—즉 뇌의 신경 구조 전체를 의미한다. 커넥톰이 점차 정교하게 발전하면서, 인류의 진화는 물리적 변화 이상으로 뇌의 구조적 재구성을 수반하게 되었다. 유전적 구성과 외부 자극, 그리고 다양한 개인적 경험들이 축적되며 인간의 두뇌는 점차 상징적이고 복잡한 사고가 가능한 방향으로 변화했다. '모던 브레인(modern brain)'의 탄생이다.
우리가 가장 우리다워지기 시작한 후기구석기시대를 지나 오늘의 호모 사피엔스에게 ‘모던 브레인’, 그다음은 무엇일까? 요즘 화두인 'AI(인공지능, Artificial Intelligence)'은 계층적으로 정보를 처리하고 인간의 시냅스처럼 연결에 기반하여 학습하며 동시에 정보를 처리한다. 'AI'가 아직은 데이터에 기반한 복잡한 계산 모델일 뿐이지만 우리 삶 전반에 그 영향력을 키워가고 있다. 경험을 바탕으로 끊임없이 학습하고 과거와 현재, 미래를 순식간에 가로지르는 인간 고유의 인식 능력을 'AI'는 어디까지 따라올 수 있을까. 우리는 지금 전혀 새로운 ‘마음의 진화’를 마주하고 있다.
이 '마음의 진화'를 다양한 관점에서 이야기해보려 한다. 다음 달 칼럼에서는 전곡선사박물관의 이서영 학예연구사가 '선사박물관의 입장에서 바라본 AI의 발전'에 대해 이야기를 들려줄 예정이다.